[서 론]

1. 디지털 대전환과 시민

디지털 대전환 시대가 도래하면서 민주주의와 커뮤니케이션 분야에 근본 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1980년대 정보 통신 기술의 발전으로 시작된 디지털화는 사회 구조, 경제, 문화 그리고 개인의 일상생활에 광범위한 변화를 가져왔다. 이 변화는 새로운 사회 단계로의 이행을 의미하며 특히 민주주의와 시민성에 대한 이해에 중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역사적으로 커뮤니케이션 기술의 발전은 사회 체제와 상호 작용하며 중요한 변화를 일으켜 왔다. 구텐베르크의 활판 인쇄기는 정보의 대량 복제와 빠른 전파를 야기해 계몽주의와 대의제 민주주의 발달에 기여했다. 이후 전신, 전화, 라디오, 텔레비전과 같은 전기 및 전파 미디어가 발명되면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극복하고 실시간 대규모 커뮤니케이션을 가능하게 했다. 특히 라디오와 텔레비전은 매스 미디어 시대를 열고, 사회적 의제 설정과 대중문화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1990년대 등장한 월드와이드웹은 인터넷 기술을 기반으로 새로운 사회적 공간을 형성하는 것은 물론 정보에 대한 접근성을 혁명적으로 변화시켰다. 인터넷 초기의 사회적 공간은 기술에 대한 접근 능력과 활용 능력을 갖춘 소수의 사람들이 참여해서 이메일이나 게시판과 같은 제한된 방식으로 소통했다. 그러나 월드와이드웹은 대중적으로 누구나 쉽게 쓸 수 있는 하이퍼텍스트 체계를 도입해 정보 접근성과 공동체 형성에 혁명적인 변화를 불러왔다(Rheingold 1993). 시민들은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고 관심사가 비슷한 사람들과 정보를 교환하면서 온라인 공동체를 만들었고, 이런 공간들은 실제 세계에 영향을 미치며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융합되는 사회로 나아갔다.

웹은 표현의 자유와 알권리 및 정보 접근권 등 민주주의 형성의 핵심 권리가 구현되는데 기여했다(Castells, 2001). 모바일 기기의 보급과 소셜 미디어와 같은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의 진화는 시민 간에 다양한 정보를 생성하고 교환할 수 있게 해 ‘시민의 참여가 중심이 되는’ 정보 공동체와 정치 및 사회 참여를 이끌었다(Bennett, 2003). 이른바 웹 2.0으로 대변 되는 참여, 개방, 공유 플랫폼 시대를 말한다. 지금은 모바일에서 사물 인터넷으로 연결되는 초연결 네트워크로의 진화, 클라우드 컴퓨팅을 통한 유연한 서비스 체제, 동영상 공유 플랫폼의 대중화 그리고 인공 지능 기술의 확장적 적용으로 이어지는 디지털 대전환기에 진입했다.

웹으로 대변되는 인터넷 기술 혁명과 디지털 대전환은 정보 처리와 분석의 깊이, 사회적 상호 작용의 방식을 정치적 참여 측면에서 구별할 수 있다. 디지털 대전환 기술은 빅 데이터와 인공 지능 기술을 통해 더 깊은 정보 분석과 맞춤형 경험을 제공하며, 개인화된 상호 작용과 사회적 네트워크의 구조를 세분화하고 복잡하게 만든다. 또한 사람들의 관계와 소통을 연결하는 데 인공 지능 추천 알고리즘이 강력하게 작동하고 있다. 이런 기술은 전통적 정치 매개 집단의 역할을 약화시키고 더욱 동적이고 상호 작용이 원활한 참여 방식으로 소통 체계를 변화시키고 있다.

디지털 대전환의 또 다른 특징은 전형적인 미디어 기술의 형상이 사라진다는 점이다. 2000년 초 등장한 '사라지는 컴퓨터' 개념과 비슷하다. 물리적 형태의 미디어나 컴퓨터가 사라지고 모든 것이 컴퓨터화되고 네트워크화가 일어나 데이터의 복잡한 교류 체계를 통해 거대한 사회적 시스템이 작동한다는 것을 의미한다(EU/NSF, 2004). 더 이상 텔레비전이나 데스크탑 같은 미디어의 외형은 중요하지 않고 혼종화된다. 생활의 모든 것이 컴퓨터화되면서 지능적 네트워크 시대가 도래한다. 또한 사물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통해 다양한 
맥락 정보가 결합돼 보다 개인화된 서비스로 진화하고 있다(Chui, M., Löffler, M., & Roberts, R.,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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