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달 전 서울 용산역에 예쁜 꽃가게가 생겼다. 눈에 잘 띄는 코너에 있다보니 바쁘게 역을 오가는 사람들이 선물용으로 포장된 꽃을 사는 모습을 종종 본다. 밤늦게까지 열려 있어 이용하기가 매우 편해 보였다. 업무차 방문한 전북 익산역에도 승객이 자주 오가는 공간에 꽃가게가 자리했다. 최근 가족과 함께 다녀온 경기 가평 자라섬 꽃정원에는 아름답게 꾸며놓은 꽃양귀비·수레국화· 네모필라·페튜니아·유채꽃 등이 가득했다. 꽃 천지와 꽃향기에 눈이 호강하고 정신까지 취해 맘껏 힐링하고 돌아왔다. 꽃은 사람의 오감을 자극해 정서적 만족감을 극대화하는 자연의 선물이다. 눈으로 보며 아름다움을 즐기고, 꽃향기에 취해 기분도 좋아진다. 이처럼 우리 생활에서 누구나 꽃의 소중함을 느끼지만 정작 꽃을 재배·판매·소비하는 화훼산업의 현실은 그리 아름답지 못하다. 우리나라는 2018년 국민소득 3만달러를 달성하면서 선진국 대열에 진입했는데도 국내 화훼산업은 왜 점점 더 위축되는 걸까? 화훼 재배농가수와 재배면적은 2005년과 비교하면 절반으로 줄었고, 생산액도 1조원을 넘었던 2005년과 비교하면 지금은 5000억원 수준으로 반토막 났다. 이는 중국·네덜란드·대만·태국 등으로부터 화훼류 수입이 늘어난 탓도 있지만 무엇보다 국민의 꽃 소비 생활화가 정착되지 못한 결과다. 우리나라는 화훼 소비를 졸업·어버이날 등 특정 행사 에만 기대는 경향이 있다. 물론 청탁금지법(김영란법)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도 무시할 순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