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조선산업은 대형조선사도 구조조정 이라는 위기를 겪은 후 회복세에 접어들었다. 하 지만 2020년 코로나19로 3/4분기까지 새로운 수 주절벽에 처하면서 다시 위기를 맞았다. 다행히 빠 른 세계 물동량 회복과 수익이 크게 증가한 컨테이 너선사를 중심으로 2020년 4/4분기부터 대량 발 주가 이어지면서 수주절벽의 어려움은 단기간에 그쳤다. 대량 발주는 새로운 수주절벽으로 건조물 량이 부족했던 조선사와 낮은 가격에 발주하려는 해운사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측면도 있었다. 이러한 기조는 2021년 들어 코로나로 지연된 수 요가 더해지면서 가속화됐다. 높은 수익을 기록한 컨테이너선사의 경쟁적인 발주와 환경규제 강화 에 대응하기 위한 친환경선박의 발주도 증가했다. 우리나라 조선사는 호황기에 맞먹는 수준의 수 주량을 단기간에 확보했다. 특히 뛰어난 기술력을 기반으로 가스운반선 및 가스연료추진선박의 대량 수주에도 성공했다. 구조조정 중이던 중형조선사 도 매각 성공과 수주 확대로 조선산업 부활의 기 대감이 충만했다. 하지만 부활의 기대감이 고조되 기도 전에 원자재 가격 급등이라는 또 다른 위협이 쓰나미처럼 몰려왔다. 후판가격급등2)으로 주요 조 선사는 2021년 상반기에 대규모 손실을 기록했다. 2) 다른 철강재나 유통가격에 비해 주요 조선소에 납품되는 후판가격은 상대 적으로 낮았다. 조선사의 후판 구매 단위가 크고, 그간 후판시장의 공급과 잉으로 가격이 낮게 유지되어 왔던 측면도 있다. (1) 후판과 조선산업의 관계 선박의 생산에는 철강이 다수 사용되는데, 특히 선박의 외형은 후판으로 만들어진다. 그 밖에 선 체 보강을 위한 형강, 각종 파이프와 엔진 및 추 진계통, 의장품 등에 봉강과 주단조 제품도 사용 된다. 선박과 주요 기자재는 대부분 철강으로 만 들어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선박 한 척을 건 조하는데 소요되는 후판구매비용은 2019년 기준 으로 선가의 20% 내외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 다. 선종마다 조금씩 비중의 차이가 있는데, 탱커 20%, 컨테이너선 15%, LNG운반선 10% 내외다. 우리나라 조선사가 경쟁력을 보유한 초대형유조 선(VLCC)은 약 3만 6,000톤의 후판을 이용하여 건조한다. 2만TEU급 초대형컨테이너선은 5만톤 에 가까운 후판이 사용된다. 후판가격이 톤당 1만 원만 올라도 초대형유조선은 3억 6,000만원, 초 대형컨테이너선은 5억원의 원가가 바로 상승한다. 다른 조선기자재도 철강제품으로 제작되니, 철강 가격이 상승한다면 원가는 더 올라갈 수밖에 없다. 건조량 기준으로 중국과 세계 1~2위를 다투고 있는 우리나라 조선산업은 조선용 후판 사용량도 1. 부활하던 조선산업에 돌발 위기 2. 철강·조선산업 상생의 역사조선의 철강재 위기, 미래를 내다본 전략적 협력 필요
세계 1~2위를 기록하고 있다. 2019년에는 국내 철강사가 출하한 후판의 41.1%를 국내 조선사가 직접 구매했다. 조선산업이 가장 많은 생산을 했 던 2010년에는 57.8%를 차지하기도 했고, 2016 년 수주절벽으로 조선산업의 생산활동이 크게 위 축됐던 2017년에도 32.1%나 되었다. 추산해보면 10년 평균으로 조선산업은 국내 중후판3) 시장의 42%를 점한다. 물량으로 본다면 2019년에 국내 철강사가 중후판을 955만톤 출하했고, 이 중 국 내 조선사가 구매한 후판만 약 400만톤 수준이다. 이렇듯 조선과 철강 산업은 특히 후판부문에 있어 서로에게 매우 중요하다.
(2) 산업의 시작부터 동반성장하여 세계 1위로 조선산업은 2000년대부터 일본을 뛰어넘어 세 계 1위로 도약했다. 후판 부문은 2010년대에 이 르러 일본을 뛰어넘고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확보 한 것으로 평가된다. 조선과 후판의 동반 세계 1위 의 성과에는 두 산업이 시작되는 시점부터의 긴밀 3) 중판은 3~6mm 두께로, 후판공장에서 생산된 3mm 이상을 중후판으 로 분류한다. 한 협력을 빼놓을 수 없다. 1970년대 중화학공업 육성 시기에 포항제철(포스코)은 현대중공업이 수 주한 선박의 생산을 위해서4) 종합제철소 완공 이 전에 후판 공장을 먼저 세웠다. 2008년 전후로 철광석과 원료탄의 가격이 빠르 게 상승했고, 조선산업도 초호황으로 후판수요가 증가하여, 국내 후판공급이 부족했다. 2007~2009 년 후판가격 급등 시기에 포스코는 일본이나 경쟁 사에 비해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적정량의 후판 을 국내 조선사에 제공했다.5) 당시만 하더라도 중 국산 후판은 품질이 낮아서 선주들이 선호하지 않 아 양질의 후판은 국내 철강사와 일본 철강사만 제 공할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포스코는 국내 조선산 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후판 시장도 키웠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내 조선산업은 초대형 컨테이너선, LNG관련 선박에 경쟁력을 가지고 세계 조선시장을 기술적 측면에서 질적으로 주도 했다. 여기에도 국내 철강사와의 협업이 있었다. 대표적으로 국내 철강사가 초대형컨테이너선에 4) 포항제철(포스코)의 도움으로 현대중공업은 국내 최초로 26만 6,000톤 급 VLCC인 애틀란틱 배런(Atlantic Baron)호를 성공적으로 건조하여 인 도할 수 있었다. 5) 2008년 1분기부터 2009년 2분기까지 일본보다 저렴하게 공급했다 (2008년 4분기에는 일본보다 50.2% 저렴). 34 K I E T 산 업 경 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