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인수목적회사(Special Purpose Acquisition Company, 이하 ‘SPAC)는 비상장기업과의 합병만을 목적으로 설립되는 백지수표회사(blank check company)를 가리킨다. SPAC은 주식회사로서 발기인(sponsor)에 의하여 설립되어 IPO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고 공적(public) 주식시장에 상장된다음, 적절한 비상장기업을 찾아 합병함으로써 그 비상장기업을 상장기업으로 전환시킨다. 정해진 시한 내에 합병 대상 비상장기업을 찾아내지 못하거나, 합병안이 주주총회에서 부결될 경우에는 IPO에서 조달한 자금을 그 기간 동안의 이자와 함께 주주들에게 반환하고 SPAC은 해산된다. 1990년대 말에 처음으로 등장한 이래1) SPAC은 전통적 IPO에 대한 대안적 상장 경로를 제공하면서 상장 시장에서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커져 왔다.2019년까지 완만한 성장세를 보이던 SPAC은 코로나19 국면이 본격화된 2020년에 미국에서 갑자기 폭발적으로 증가하였다. <그림 1>에서 볼 수 있듯이, 2019년에 59개의 SPAC이 IPO를 실시하였는데, 2020년에는 248개의 SPAC IPO가 이루어지면서 4배 이상 늘어났다. 2021년에도 이 추세는 계속* 본고의 견해와 주장은 필자 개인의 것이며, 자본시장연구원의 공식적인 견해가 아님을 밝힙니다.1) Ritter의 데이터베이스에 의하면, 미국에서 주식만을 발행한 SPAC은 1997년, 유닛(후술)을 발행한 SPAC은 2003년부터 등장하였다(https://site.warrington.ufl.edu/ritter/files/IPOs-SPACs.pdf).2OPINION 자본시장포커스되어 8월 말까지 421건의 SPAC IPO가 이루어졌으며, 이는 미국 주식시장에서 이루어진 전체 IPO의63%를 차지한다.<그림 1> 미국의 SPAC IPO 추이주 : 일 반기업 IPO는 전체 IPO 중에서 SPAC IPO를 제외한 수치2021년은 1월부터 8월까지의 통계자료: SPAC Analytics이와 같은 미국에서의 SPAC 열기는 다른 나라에도 영향을 미쳐, 영국의 재무부와 FCA는 SPAC 상장관련 규제 완화에 대한 검토를 발표하였고2), 최근 싱가포르거래소(SGX)는 SPAC 상장 허용 방침을 발표3)하는 등 SPAC에 대한 관심이 전 세계적으로 높아지고 있는 모습이다. 동시에 이러한 갑작스러운 열기가거품으로 이어질 가능성, 그 과정에서 투자자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본고에서는 SPAC의 구조상 특성을 설명하고, SPAC의 기능 및 장단점에 대한 논의를 학술적 연구결과를 토대로 살펴본 다음, SPAC 시장의 건전한 발전을 위한 감독당국과 투자자의 역할에 대하여 생각해 보고자 한다.국내 SPAC 현황<그림 2>는 국내의 SPAC 추이를 보여준다. 2009년 자본시장법의 개정을 통해 도입된 후, 2010년에 21개가 상장되었고, 이후 잠시 침체했다가 2014, 2015년에 다시 활기를 띄었다. 이후 매년 20개를전후한 SPAC이 상장되고 있으며, 미국에서와 같은 시간에 따른 증가 추세나 2020년 이후의 폭발적증가 현상은 나타나지 않았다. SPAC 상장은 거의 전적으로 코스닥시장에서 이루어지고 있으며, 유가증권시장에서는 12년 동안 4개의 SPAC이 상장되는 데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