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도입된 퇴직연금은 가입자와 적립금 측면에서 안정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그러나 도입 된 지 15년이 지났어도 퇴직연금은 가입, 적립, 인출 단계별로 퇴직금 시대부터 이어지는 문제 점을 여전히 안고 있다. 그 중 하나가 퇴직연금 급여를 일시금으로 받는 비중이 매우 높다는 점 이다. 예를 들어 2020년 중 만 55세 이상 가입자가 퇴직연금 수급을 개시한 계좌에서 일시금을 선택한 비중이 96.7%에 이르고 있다. 이처럼 일시금 수급자의 비중이 높은 원인 중 하나는 퇴직자의 적립금이 연금화하기에는 매우 적기 때문이다. 그리고 퇴직연금 적립금이 적은 이유는 재직 중의 다양한 사유로 중도인출 되 었기 때문이다. 현재의 퇴직연금은 다양한 이유로 중도인출이 허용되는데 주택구입과 주거임 차가 대표적인 중도인출 사유이다. 특히 최근 주택가격이 상승하며 주택구입 욕구가 높아졌고, 주택구입자들이 가능한 모든 자원을 끌어들이는 과정에서 퇴직연금 적립금도 포함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2019년의 경우 2.8조원이 중도인출 되었는데, 이 중 주택 관련 중도인출액은 1.2조원 (주택구입 0.8조원, 주거임차 0.4조원)이다. 연령별로 30대와 40대의 중도인출자가 많아 이들의 퇴직소득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퇴직연금의 적립금은 적립(근로)기간에 비례한다. 주택구입 관련 30대와 40대의 평균 중도인출액(2,700만원, 4,600만원)과 평균 임금(334만원, 381만원)을 고려할 때 이들의 세대는 각각 근로기간 8.1년, 12.1년에 해당하는 퇴직연금 적립 금을 중도인출하고 있다. 30대와 40대 중도인출자는 55세까지 각각 평균 20년, 10년의 적립 기간이 남아 있다고 볼수 있는데, 이들 세대는 각각 28.8%(=8.1(8.1+20))와 54.7%(=12.1/ (12.1+10))에 해당하는 퇴직연금 적립 기회를 상실하는 셈이다. ‘내집’과 ‘퇴직후 소득’ 사이에서 갈등하는 퇴직연금 가입자들처럼 두 가지를 동시에 후원해야 하는 정책 결정자들도 갈등이 크다. 주택 관련 중도인출을 막을 수 없다면 주택 대출을 퇴직연금 적립금만큼 추가로 허용해 주는 방안도 있을 수 있다. 최종 퇴직 시기에 퇴직자들은 퇴직연금으로 생활비를 마련하든지 퇴직연금 적립금으로 남은 대출금을 상환하고, 주택을 활용하여 퇴직 소득을 조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