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AI 역량이 글로벌 경쟁의 대상이 되면서 AI에 관한 정부 간 협력 및 견제를 위한 각종 대외 협상과 규범 화 과정 또한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본 고는 다양한 글로벌 규범화 과정 중에서 특히 디지털 통상규범의 발전이 AI 경쟁력과 관련된 글로벌 제도 구축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 세부 쟁점들과 시사점을 살펴보고자 한다. 본 연구는 디지털 통상규범의 발전이 기술패권 경쟁의 역학 관계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점을 확인하고, 정부가 중장기적 관점에서 AI 경쟁력 강화를 위해 디지털 통상협상을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여지를 설명 한다. I. 서론 – 글로벌 AI 경쟁과 규범화 컴퓨팅 성능과 데이터 처리 기술 등의 급격한 발전으로 거의 전 분야에 응용․ 접목 가능 한 AI에 대한 국가적 역량은 글로벌 경쟁의 대상이 되었다. 전 세계 AI 시장은 비약적으로 성 장하여 2025년이면 약 126억 달러 규모로 커질 것으로 전망되기도 한다(Statista Research Department, 2022). 미국과 중국뿐만 아니라, 많은 국가들은 AI의 기술적 중요도와 산업 적 유망성에 맞춰 AI 생태계 상 공공과 민간 부문의 역할 및 재원 조달 방식을 고민하고, 대대적인 국가 전략을 수립하여 적극적인 지원을 감행하고 있다. 1) 동시에 AI의 전 세계적 확산과 안전한 활용의 보장에 필요한 정부 간 협력 및 방어· 공격 수단의 제도적 구비 노력 또한 치열한 각종 대외 협상과 국제 규범화를 통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본 고는 다양한 글로벌 규범화 과정 중에서 특히 디지털 통상규범의 발전이 어떻게 AI 경쟁력과 관련된 글로벌 제도 구축에 영향을 주고 있는지 그 의의와 중요성을 살펴보고자 한다. 우선 기술 경쟁력과의 관련성이 낮았던 기존 무역협정 상 전자상거래 논의의 시작부 터 현재 디지털 통상규범으로 발전해 온 역사와 특징을 살펴보고, 아직 파편적이지만 유의 미한 각종 통상협정의 세부 조항들을 통해 AI와 관련된 주요 쟁점들이 어떤 요소와 형태로 발현되는지 분석해 본다. 결론적으로 기술패권 경쟁 하에서 글로벌 AI 경쟁의 대외 역학 관계를 이해하고 정부가 알맞은 대응 방안을 꾸리는 데에 디지털 통상규범이 주는 시사점 을 제시하고자 한다. Ⅱ. 디지털 통상규범의 발전과 특징 1. 논의의 시작: 전자상거래 장벽 최소화 최근 회자되는 디지털 통상규범과 관련된 논의의 시작은 ‘전자상거래(electronic commerce)’ 라는 주제의 1998년 WTO 작업프로그램(work programme) 설립으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 다. 1980-90년대에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에 따른 혜택들은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었고, 상 품이나 서비스의 전자적 전송(electronic transmission)으로 이루어지는 전자상거래 이슈는 이미 선진국들에게 주요 정책 의제로 부상하였다. 1995년 출범한 세계무역기구(World Trade Organization, WTO)는 설립 초기부터 통상규범의 기본 골자를 이루는 상품 및 서 비스라는 기준 외에도 무역관련 지식재산권 그리고 무역과 개발이라는 주제를 망라하여 고 민해야 하는 전자상거래 관련 검토 작업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당시 100여 개의 회원국들이 느끼는 시급성의 차이로 관련 논의의 범위마저도 합의하기가 어려웠는데, 기본적인 통상 협상의 목적은 시장 개방과 무역장벽의 최소화에 초점을 두고 있음에 기초 하여 전자적 전송에 대한 관세 모라토리움(moratorium) 2) 정도만이 당시 우선적인 협의 사 안으로 채택되었다. 워낙 경제와 기술수준의 차이가 큰 회원국들이 모여 있기에 다자체제에서 관련하여 신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