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개방화, 4차산업혁명, 인구 절벽과 고령화 등의 메가트렌드(Megatrends)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분야에 영향을 미치면서 글로벌 산업 구조를 빠르게 변화시키고 있다. 세계가 직면한 미래 메가트렌드의 방향은 예측되지만, 변화 속도가 빠르고 범위와 파급 효과가 광범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산업 구조의 변화는 국내 산업 전반에 걸쳐 큰 영향을 미칠 것이고, 우리나라 수산업 역시 급변하는 국내외 환경 속에서 성장이 정체되는 등 미래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 2015년 유엔 정상 회의에서 채택된 '지속가능한 개발 목표(SDG’s ,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는 2030년까지 세계의 빈곤 문제를 해결하고 지속 가능한 발전을 실현하기 위해 유엔과 국제 사회가 달성해야 할 목표이며, 우리나라의 수산업도 예외는 아니다. 그것을 실현하는 수단으로 주목받는 것이 양식업이다. 양식업이 가지는 성장 가능성이나 식량 확보역할 등을 생각하면, 그 기대치는 매우 높은 편이다. 그러나 최근 우리나라 양식업은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다. 대외적으로는 세계수산 시장의 경쟁 심화 및 후발 국가의 추격뿐만 아니라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 경제 동반자 협정(CPTPP) 등 개방과 국제 경쟁에 따른 시장 상실이 우려된다. 대내적으로는 지속적인 어가 인구 감소 및 초고령화로 인한 어촌의 인력난, 기후 변화 등에 의한 어장 환경의 변화와 수산 질병 확산과 같은 양식업 한계 요인이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요소가 노동력 중심의 영세한 전통적 산업 구조와 맞물리면서 소멸 위기에 처한 어촌이 늘어나고 있다. 우리 어촌의 소멸 위기 문제를 해결하고 수산분야 SDGs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어촌 뉴딜 사업 등을 통한 주거, 교통 등 어촌 지역 필수 인프라 개선이 필요하다. 또 어촌 지역 수익 모델 발굴을 통한 소득 증대와 D.N.A.(데이터, 네트워크, 인공지능)를 활용한 스마트 시스템의 양식장 도입 등 양식업의 첨단 지식 산업 전환이 요구된다. 2. 스마트 양식 정책 방향 및 기술 동향 2.1. 스마트 양식의 개념과 범위 현재까지 국내외적으로 스마트 양식에 대한 공통의 개념은 정립되지 않았다. 하지만 유엔 산하 세계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스마트 양식은 주로 농업에서 사용된 개념으로, 농산물의 생산과 품질 향상을 위해 농업 관리에 첨단 산업 기술을 접목하는 것을 의미한다2017년부터 EU 각국은 스마트화 개념을 수산양식 영역까지 확대하여 양식 공간, 생산 방식 및 새로운 가치사슬의 확장을 통해 양식 산업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EU Horizon 2020 행동 강령에 ‘Aquaculture 4.0’이라는 용어가 최초로 언급된 점이 주목할만하다. ‘Aquaculture 4.0’의 ‘4.0’은 유럽의 4차산업혁명을 의미하는 것으로, 수산업의 4차 산업화로 해석할 수 있다. Aquaculture 4.0의 핵심은 양식 산업에 IoT와 클라우드 컴퓨팅, 인공지능을 융합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해양수산부는 2018년 4차 산업 혁명 기술을 접목한 자동화·지능화를 통한 생산 효율 극대화 및 규모화, 친환경 방식이 구현된 양식 시스템을 스마트 양식으로 정의한 바 있다. 즉, ICT(정보통신기술)요소 기술을 융합, 양식 생물 생육 및 환경 정보 등 양식 현장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실시간 모니터링해 노동력·에너지·사료 등을 절감하면서 생산성을 높이는 기술이라 할 수 있다. 첨단 기술의 융복합을 통해 기존 노동집약적 성격의 양식산업을 기술·자본 집약적 지식 산업으로 재편하는 과정으로 이해한 것이다. 전남대학교 스마트수산양식연구센터에서는 자동화와 ICT 기반 양식 시스템을 적용하여 양식장의 수질 환경과 양식 생물의 질병 및 생육에 대한 실시간 모니터링과 예측을 하고, 이를 통해 디지털 생물 성장 관리와 효율적 생산이 가능한 첨단 양식을 스마트 양식으로 정의하였다. 2.2. 스마트 양식 정책 방향 최근 어류 양식업의 생산성 및 친환경 품질 경쟁력의 저하로 국내 양식 산업의 붕괴가 우려되는 등 우리나라 양식업이 처한 상황이 녹록지 않다. 따라서 SDGs 실현을 위해 넘어야 할 허들도 많다. 우리 양식 산업이 직면한 양식 어류의 생산성 저하와 소비 부진의 문제는 △복합적 문제의 해결 능력과 신속한 기술 개발의 한계 △현장에서의 기술 재현 어려움에 따른 기술 보급 한계 △기술 중심의 데이터 공유 부재에 따른 어가 자생력 약화 등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이로 인해 양식 생물의 유전체 분석-종자-사료-백신-기자재-운영 관리 등 전체 양식 기술이 연결된 일관성 있는 디지털 데이터가 구축되지 않아 생산성 향상에 영향을 미치는 복합적 원인에 대한 문제 해결 능력이 떨어지는 실정이다. 쓸 수 있는 디지털 정보가 부족해 새로운 융합 기술의 적용도 어렵다. 또한 전문성과 환경 등 현장 어가들의 고유 특성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상태로 실험실에서 개발된 기술과 양식 현장의 간극이 좁혀지지 않는 등 기술 보급의 한계가 있다. 게다가 데이터 공유 부재에 따른 어가 자생력 약화로 친환경 수산물 생산을 위한 양식장 설계, 표준 관리, 이력 관리 기술이 부재해 소비자의 친환경 니즈에 대한 신속한 대응이 불가능하다. 우리 양식업이 안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고 양식업의 SDGs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기반 스마트 양식 시스템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것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 사항이다. AI나 IoT 등 4차 산업 혁명 기술을 기반으로 한 스마트 양식 기술의 개발과 스마트화에 의한 양식업의 경쟁력 강화를 서두르지 않으면 안 된다. 현재 우리나라 양식 분야의 기술 수준은 86.6%로 미국(95.3%)에 이어 4위로 높을 뿐만 아니라 기술 선도국인 노르웨이나 일본과의 기술 격차도 4.4년으로 비교적 짧다. 그럼에도 BT, IT 융·복합 기술 등 신성장 동력 분야에서 혁신 기술 수준은 낮은 편이다. 이같은 이유로 현재 대부분의 국내 스마트 양식장은 수온, 염분, 용존산소 등 수질 환경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자동으로 먹이를 공급하는 단계에 그치고 있어 스마트 양식장의 보급률은 매우 저조한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