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탄소중립, 미·중 간 기술패권 경쟁, 그리고 각국의 경쟁적인 공급망 전략 자산화 흐름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공급망 충격 그리고 구조 변화는 다분히 ‘의도된’ 충격·변화일 가능성이 높으며, 통상적 인 시장 기능을 통해 해소되는 수준을 벗어난다. 그리고 우리의 현 산업·무역 구조가 이들이 초래하는 변 화에 상당히 취약하다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글로벌 공급망 변화 요인이 특정국과의 일시적 갈등 혹은 팬데믹에 따른 일회성 현상이 아닌 중장기적으로 글로벌 산업 구조에 영 향을 미치는 기조로 진행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할 때, 이제는 단·장기 정책 설계를 통해 현 상황을 안정 시키면서도 중장기 글로벌 산업 질서 재편 흐름에 대응할 수 있는 준비를 할 필요가 있다. 단기적으로는 상황 관리 및 조기 회복을 위한 체계를 마련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이는 공급망 리스크 민감 품목, 즉 경 제안보 품목의 관리체계를 고도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중장기적으로는 글로벌 산업 질서 재편에 대응하 기 위해 현재 우리가 확보하고 있는 글로벌 공급망 내 지렛대, 즉 첨단기술·산업의 경쟁력을 변화된 공급 망 체계에서도 지속적으로 유지·강화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첨단 전략산업을 중심으로 국내 생산·입지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유지·강화하면서 글로벌 공급망 내에서 국내 산업 부문의 전략적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공급망 전략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1. 국가적 의제가 된 공급망 문제 작년 하반기를 강타한 ‘요소수’ 사태가 채 마무리되기도 전인 지난 1월 초, 인도네 시아 정부는 1월 한 달 동안 석탄 수출을 중단하는 조치를 전격 단행하였다. 석탄뿐 만이 아니다.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당장 올해 알루미늄의 원재료인 보 크사이트 수출을, 내년부터는 구리 원광 수출을 금지하겠다고 발표했다. 국제 원자재 시장에 큰 충격을 안겨준 이번 조치는 인도네시아 정부가 곧바로 수출 통제를 완화 하면서 다행히 글로벌 공급망에 큰 혼란을 초래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지난 2019년 이후, 일본 수출 규제, 코로나 팬데믹에 따른 마스크 및 와이어하네스 공급 차질, 최 근 차량용 반도체, 요소수 대란 등의 연이은 공급 충격으로 공급망 민감도가 부쩍 높 아진 우리에게 금번 인도네시아 정부의 급작스러운 석탄 수출 통제 조치는 다시 한번 우리를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최근 ‘산업’의 최대 화두는 단연 ‘공급망(Supply Chain)’이다. 공급망은 제품 생 산을 위한 원재료(Raw Material)부터 완제품(Final Product)이 최종 소비자에게 전 달되기까지의 재화, 서비스 및 정보의 흐름이 이뤄지는 연결망을 의미한다.1) 그간 공 급망 관리(Supply Chain Management, SCM)는 개별 기업 차원의 이슈였다. 사 실 기업 차원에서 크고 작은 공급망 교란은 일상적으로 발생하는데, 대부분은 시장 (가격) 기능을 통해 자연스럽게 해결된다.2) 그러나 최근 팬데믹, 대규모 자연재해 등 에 따라 공급망 교란 범위가 글로벌 수준으로 확산되고, 주요국의 공급망 전략 자산 화에 따른 ‘의도된 단절’이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이제 특정 산업·품목의 공급망 문 제는 개별 기업의 대응 역량과 범위를 벗어나는 이슈가 되었다. 특히, 국가적으로 반 드시 확보해야 하는 필수재화나 전략 물자에 대한 공급망 리스크 관리가 산업경쟁력 유지, 사회 안정, 외교·안보상의 지렛대 확보와 직결되면서 공급망 충격에 대한 대 응 체계 및 회복력(resilience) 확보는 기업 차원을 넘어 국가적으로 중대한 과제가 되었다. 이에 따라 주요국은 공급망 문제 대응을 위해 국가적 역량을 총동원하고 있다. 가 장 적극적인 국가는 미국이다. 코로나 팬데믹 초기, 마스크, 인공호흡기 등 개인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