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서론 2021년은 메타버스(Metaverse)의 해라고 해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2020년까지 거의 모든 기술들이 ‘인공지능’이라는 단어에 매몰되어 있었다면, 2021년에는 그 방향성이 너무 나도 갑작스럽게 블록체인(Blockchain)과 메타버스라는 두 이슈로 바뀌어버렸다. 사실 메타버스라는 단어는 굉장히 오래된 단어이며, 또 생각보다 오래전부터 연구되던 분야이다. 1992년 미국의 베스트셀러 SF작가 닐 스티븐슨은 “스노우 크래시(Snow Crash)” 라는 소설에서 ‘메타버스’와 ‘아바타(Avatar)’라는 단어를 등장시킨다[1]. 소설 속에서 주인공 은 ‘아바타’라는 가상의 신체를 통해 가상 세계인 ‘메타버스’로 들어갈 수 있다. 어떻게 보면 영화 ‘매트릭스(Matrix)’에서 ‘네오(Neo)’와 그 동료들이 매트릭스라는 ‘메타버스’의 세계로들어가는 것과 전혀 다르지 않다. 일반적으로 메타버스의 선조격이라고 불리는 서비스는 “세컨드 라이프(Second Life)”라 고 할 수 있다. 2003년 린든 랩(Linden Lab)이라는 회사에서 만든 이 서비스는 3차원 컴퓨 터 그래픽스 기술을 바탕으로 가상의 아바타가 돌아다니며 다른 아바타들과 대화를 할 수도 있고, 무려 결혼까지 할 수 있었으며[2], 이것 때문에 이혼소송까지 벌어지는 일도 있었다[3]. 한국에서도 온라인 게임에서 가상 결혼을 한 아내 때문에 신문 기사가 나는 일도 있었다[4]. 그러나 이렇게 잘 나가던 세컨드 라이프는 2008년을 기점으로 주춤하기 시작했는데, 이는 PC 위주의 환경에서 스마트폰, 태블릿 PC 등의 모바일 기기로 중심이 옮겨지면서 고사양을 필요로 하는 세컨드 라이프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졌기 때문이라는 소리도 있다. 그러나 제페토(Zepeto)의 인기와 함께 ‘메타버스’라는 단어가 대중들에게 등장하고, ‘로블 록스(Roblox)’나 ‘마인크래프트(Minecraft)’와 같은 게임들이 이러한 메타버스라는 용어에 같이 묶이게 되면서 세컨드 라이프와 같은 메타버스 환경은 다시 주목을 받게 되었다. 지금은 메타버스하면 제페토를 떠올릴 정도로 제페토는 메타버스의 대표주자가 되었지만, 원래부터 제페토는 메타버스를 노리고 만든 플랫폼은 아니었다. 2017년경 알체라(Alchera) 의 CTO로 근무할때 스노우 김창욱 대표의 초대로 극 초기상태의 제페토 개발팀을 만나본 적이 있었는데, 그때의 제페토는 다양한 얼굴형과 체형을 바탕으로 자신이 원하는 아바타를 쉽게 만들고 꾸밀 수 있는 인형놀이에 가까운 서비스였다. 이러한 서비스가 가상 세계를 만나면서 메타버스 플랫폼이 된 것이다. 마인크래프트 역시 2011년에 출시된 ‘게임’이었으 며, 로블록스는 그 보다 더 오래된 2006년에 개발된 ‘게임’이다. 메타버스라는 용어가 급격하게 떠오르고 주목을 받게 되면서 온갖 전문가들이 메타버스에 대해 화려한 용어와 말로 대중들을 현혹하고 있지만, 사실 메타버스란 아직도 제대로 정의되 지 못한 추상적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본 고에서는 필자의 경험과 전문 지식에 의거하여 바라보는 메타버스의 한 측면을 기술할 생각이며 “이것이 바로 메타버스다”라는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는 지양하려고 한다. 이를 위해 필자의 전공인 컴퓨터 그래픽스 기술에 바탕을 둔 메타버스에 대한 논의를 주로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