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한국 금융은 중후장대형 산업에 대한 자금 지원에 치중하였고, 대면 중심의 금융서비스 를 제공해왔기 때문에 한국 금융이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려면 중장기 발전전략을 수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대표적으로 2003년 도입한 동북아 금융허브 전략과 2009년부터 시행ㆍ발전해 온 금 융중심지 제도를 개편하여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디지털 금융중심지 전략을 재수립할 필 요가 있다. 더불어 한국 금융산업이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할 수 있도록 세 가지 중장기 발전전략을 제시한다. 첫째, IP(지식재산권) 금융과 자본시장 중심 기업구조조정 활성화 등을 통해 창업-성 장-회수의 혁신기업 성장 단계에서 모험자본 공급을 확대해야 한다. 둘째, 핀테크 활성화를 위 해 금융규제를 네거티브 방식과 원칙 중심으로 개선하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징벌적 과징금 도 입 등 행정제재를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셋째, 4차 산업혁명의 꽃인 거대 데이터댐을 구축하고 이를 과감히 개방하는 등 데이터 인프라 혁신이 필요하다. 4차 산업혁명과 금융의 역할 한국 경제가 저성장 기조를 탈피하기 위해서는 4차 산업혁명 가속화를 통해 잠재성장률을 높여야 한다. 잠재성장률은 노동, 자본, 총요소생산성 등 세 가지 요인으로 구성할 수 있는데, 저출산과 고령 화가 지속되고 주력 산업이 성숙화됨에 따라 더 이상 노동과 자본의 투입 증가를 기대하기 어렵다. 즉 기술 혁신과 제도 효율화를 통해 총요소생산성의 기여도를 높이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1) 4차 산업 혁명은 상당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새로운 산업의 출현을 가속화시키기 때문에 4차 산업혁명 을 성공적으로 이끈다면 총요소생산성의 기여도 증가를 통해 잠재성장률 제고에 기여할 수 있다. 4차 산업혁명을 성공적으로 맞이하려면 무엇보다 금융의 역할이 중요하다. 첫째, 우수한 기술력을 가진 창업가가 아이디어를 충분히 실현하려면, 창업-성장-회수에 이르는 혁신기업 생애주기 전 단 계에서 모험자본과 인내자본을 충분히 공급받을 수 있어야 한다. 금융은 자금중개 기능을 통해 보다 생산적인 분야로 자원을 배분하는 역할을 수행할 뿐 아니라, 다양한 유형의 수익구조 제시를 통해 금 융혁신과 위험관리를 효율적으로 수행하는 역할을 한다. 둘째, 금융산업 자체의 디지털 혁신을 통해 * 본고의 견해와 주장은 필자 개인의 것이며, 자본시장연구원의 공식적인 견해가 아님을 밝힙니다. 1) 이창양, 2016. 1. 25, ‘저성장 탈출, 부가가치 창출 역량 높여야’, 한국경제신문 기고문. 2022-07호│2022. 03. 22 ~ 04. 04 2 보다 많은 이용자가 편리하고 저렴하게 금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인공지능, 블록체 인, 클라우드, 빅데이터 기술을 활용해 로보어드바이저, 취약계층 대안 신용평가, 고객 맞춤형 보험상 품 등 핀테크 혁신을 선도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셋째, 데이터 인프라 혁신을 유도하는 것도 금융의 중 요한 역할이다. 미래 금융산업은 유인부합적 인센티브 설계를 통해 데이터를 충분히 확보하고, 이종 데이터를 결합하고 활용할 수 있는 인프라를 제공하는 역할이 필요하다. 혁신벤처기업에 대한 모험자본 공급, 핀테크 혁신, 데이터 인프라 혁신 등을 추진하려면 한국 금융 산업의 비전과 전략을 재설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과거 한국 금융은 전기전자, 자동차, 철강화학, 조선 등 중후장대형 산업의 자금 공급에 치중해왔고, 대면 중심의 금융서비스를 제공해왔기 때문에 한국 금 융이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려면 중장기 발전전략을 수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대표적으로 2003년 금 융산업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육성하기 위해 만든 동북아 금융허브 전략과 2009년 시행되어 발전해 온 금융중심지 제도를 개편하여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디지털 금융중심지 전략을 재수립할 필 요가 있다. 이에 본고에서는 과거 동북아 금융중심지 전략을 평가하고, 디지털 금융중심지 전략으로 재수립할 필요성을 제시한다. 더불어 한국 금융산업의 중장기 발전전략으로 첫째 혁신벤처기업에 대한 모험자 본 공급 확대, 둘째 금융규제 개선을 통한 핀테크 활성화, 셋째 데이터 인프라 혁신을 제안한다. 과거 동북아 금융중심지 전략 평가 2003년 정부는 금융산업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육성하기 위해 동북아 금융허브 추진전략을 발표 했다. 2007년 말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금융시장을 선진화함으로써 국민경제 발전에 기여하 는 것을 목표로 「금융중심지의 조성과 발전에 관한 법률(이하 금융중심지법)」을 제정하였다. 이에 기초 해 정부는 2009년 초 서울과 부산을 금융중심지로 지정했으며, 올해까지 총 5차례 금융중심지 기본계 획을 수립하여 금융산업 경쟁력 강화를 도모했다. 금융인프라 선진화, 자본시장 고도화, 금융산업의 국 제역량 제고, 금융시스템의 국제정합성 제고 등이 대표적인 금융중심지 추진 정책에 포함된다. 2009년 부터 금융중심지 정책을 본격적으로 추진한 이후 견고한 실물경제 성장에 힘입어 외국인 투자자 규모 가 늘고 자본시장을 통한 모험자본 공급이 증가하는 등 한국 금융산업은 양적 성장을 이루었다. 이 같 은 노력에 힘입어 서울의 국제금융센터지수(GFCI) 순위는 2009년 9월 세계 35위에서 2022년 3월 현 재 세계 12위로 상승했다. 부산의 GFCI 순위는 2014년 발표 이후 30~50위권을 기록했으며, 2022년 3월 현재 세계 30위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10여 년간 금융중심지 정책 추진 등에 힘입어 한국 금융산업이 양적 성장을 이루었음에도 불 구하고, 한국 금융산업의 국제 경쟁력과 금융 인프라 수준 등 질적 측면에서는 다소 미흡하다는 지적 이 많다. 아시아 지역에서 홍콩, 싱가포르, 도쿄 등 경쟁 국가의 금융중심지 경쟁력 또한 높은 수준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