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협정이 기후금융의 중요성을 강조함에도 불구하고 기후금융의 성장속도나 자본시장 인프 라 개선 속도, 금융회사의 탄소중립 준비정도는 아직 빠르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금융부문은 포 트폴리오 넷제로(Net Zero)를 통해 산업의 탄소중립을 견인하는 고유의 금융자원배분기능이 있는 만큼, 탄소중립에 따른 기회와 위험을 관리하고 경계 짓는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특히, 자본시장을 통한 기후금융의 탄소배출 감축 효율성이 주목받고 있는 바, 자본시장은 기후위험의 장기적이고 복합적 성격을 가치평가와 성과평가, 나아가 보상체계에 통합하여 기후금융의 활성화 를 지원할 필요가 있다. 또한 질적 지표인 ESG를 고려하는 과정에서 자본시장의 투명성과 신뢰가 훼손되지 않도록 녹색분류체계, 평가체계, 방법론, 평가기관 등 자본시장 인프라에 대해서는 규제 감독의 강화가 바람직해 보인다. 자본시장이 배출권거래로 확장되는 글로벌 흐름으로 볼 때 현ㆍ선 물거래를 겸비한 배출권시장으로 발전할 경우 자본시장 입장에서는 탄소가격 지표의 활용으로 질 적 지표 중심의 ESG 평가 약점을 보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며, 산업계에는 탄소 감축 비용의 예 측 가능성과 감축 옵션 선택의 효율성 제고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 같은 자본시장의 변화가 산업의 탄소중립을 실질적으로 견인하기 위해서는 국내 금융투자업자들이 해외처럼 포트 폴리오 넷제로 선언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포트폴리오 넷제로를 탄소중립으로 인한 규제비용으로 인식하는 시각에서 벗어나 저탄소분야로 부가가치가 이동하는 글로벌 자산시장 흐 름을 따라 자산배분의 대전환을 준비하는 동시에, 그린워싱(green washing)으로부터 투자자를 보호하는 자본시장의 발전전략이자 투자자보호 장치로 바라보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때이다.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산업으로 금융자원의 배분을 결정하는 금융부문의 역할이 중요함에도, 금융 부문의 기후위기 대응은 다른 산업부문에 비해 적극적이지 않은 것 같다. 본 고에서는 탄소중립에서 금융부문, 특히 자본시장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탄소중립을 위한 자본시장 발전 과제에 대해 살펴보기 로 한다. 2050 탄소중립을 위한 자본시장의 변화와 발전 과제* OPINION 선임연구위원 송홍선 KOREA CAPITAL MARKET INSTITUTE 자본시장포커스 * 본고의 견해와 주장은 필자 개인의 것이며, 자본시장연구원의 공식적인 견해가 아님을 밝힙니다. 2022-02호│2022. 01. 04 ~ 01. 17 2 파리협정에서 기후금융의 위치 탄소중립에서 금융부문이 중요한 이유는 기후금융의 공급주체이기 때문이다. 잘 알려져 있지는 않 지만 2015년 파리협정 원문에는 기후금융의 중요성을 유독 강조하고 있다. 파리협정의 목적 조항인 제 2조를 보면 ‘기후위기에 대한 지구적 대응능력 강화’가 파리협정의 합의목적임을 명시하고, 그 목 적 달성의 일환으로 세 가지 중간목표1)에 합의했는데, 그 중에 하나가 기후금융 활성화이다. 경제 내에 서 투자, 대출, 출연 등을 통해 다른 산업부문의 탄소중립을 견인하는 금융부문의 고유 기능을 기후위 기 대응에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기후금융시스템을 활성화하는 것을 기후위기 대응력 강화의 핵심 요소로 인식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그런데 파리협정 이후 각국마다 감축목표를 선언하는 등 어느 정도 시간이 흘렀지만 기후금융의 현실은 2050 탄소중립에 필요한 기후금융 수요에는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다. CPI(2021)2)에 따르면 2020년 전세계 기후금융 조달(투자)액은 6,320억 달러로 추정된다. 파리협정 이전인 2014년 3,650 억 달러에 비하면 73%나 증가했지만, IEA(2021)3)에서 2050 탄소중립을 위해 요구하는 기후금융 규 모에 비하면 턱 없이 부족하다. IEA는 산업화 이전 대비 1.5°C 이내 온도 상승 억제를 가정하고 2030 년까지 에너지 전환에 필요한 기후금융수요를 전 세계적으로 연간 5조 달러, 2040년부터 2050년까지 는 연간 6조 달러로 추정하고 있다. 산술적으로는 2050 탄소중립을 위해 재정을 포함하여 금융시스템 이 감당해야 할 기후금융 규모는 단기간에 8배 이상 확대되어야 하는 도전에 직면해 있는 것이다. 기후금융에서 자본시장의 중요성 탄소중립을 위한 기후금융의 도전적 과제는 단순히 양적 동원 능력의 확충에 한정되지 않는다. 어 떤 기후금융이 탄소중립에 효율적인 시스템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방향성에도 물음을 던진다. 관련하 여 현재의 기후금융 통계는 시사하는 바가 있다. CPI(2021) 통계는 명시적으로 은행과 자본시장 조달 로 기후금융을 분류하지는 않지만, 각각을 추정해볼 수는 있다.4) 2020년 6,320억 달러 기후금융 조달 액 중에서 자본시장 조달로 분류할 수 있는 직접 지분, 프로젝트 지분, 시장금리부 채무 등을 합치면 총 4,510억 달러로 전체의 71%에 이른다. 나머지는 무상기여 340억 달러(전체의 5%)와 대출 성격의 직접 채무와 정책대출(정책금리부 채무)을 합쳐 1,470억 달러(전체의 24%)로 구성되어 있다. 기후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