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의 한ㆍ러 수교 30주년과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시작된 본 연구 는 한ㆍ러 양국의 경제협력 활성화 방안을 중소기업의 관점에서 모색해 봤다는 점에서 기존 연구와 차별화된다. 한ㆍ러 양국의 경제협력을 생태계 관점에서 바라보면 중소기업의 역할이 부족함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그러한 배경에서, 먼저 러시아 중소기업의 현황과 특징을 살펴봤다. 최근 변화하고 있는 러시아 정부의 중소기업 정책을 짚어 봤고, 러시아와 중국, 러시아와 독일의 경제협력 사례를 분석해 봄으로써 한ㆍ러 양국의 경제협력에 관한 시사점을 도출했다. 마지막으로, 한ㆍ러 양국의 중소기업 협력이 어떻게 이루어졌고, 성과와 한계 는 무엇인지 살펴봤다. 러시아 중소기업은 2000년대 후반부터 성장하고 있으며, 2010년대 중반 이 후부터는 GDP에서 20%의 비중을 유지하고 있다. 중소기업의 업종은 도소매 유통업이나 운송 및 보관 등이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러시아 중소기업이 성장하고 있으나, GDP, 매출액, 고용 등의 측면에서 중소기업의 비중은 여전 히 선진국 수준에 못 미치고 있으며, 대기업과 비교하여 생산성도 낮은 상황이 다. 러시아의 산업이 에너지, 광공업을 비롯한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부문에서 국영 대기업 주도로 발전되어 왔으며, 금융, 세제 등의 정부 지원도 국영 대기 업에 집중되었다는 점이 영향을 미쳤다. 에너지 위주의 산업구조를 개혁할 필요성과 4차 산업혁명의 세계적 추세 등 에 따라 향후 러시아의 중소기업은 계속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러시아 정부의 ICT를 비롯한 혁신산업 발전 정책의 추진과정에서 중소기업의 발전은 더욱 빨라질 수 있을 것이다. 러시아 혁신산업에서 중소기업의 비중은 국문요약 4 • 한ㆍ러 경협 활성화를 위한 중소기업의 역할과 과제 증가하고 있으며 2019년 기준으로 중소기업의 혁신활동 비중은 5.8%, 혁신제 품 생산 비중은 2.4%를 점하고 있다. 최근 중소기업의 GDP 비중이 다소 정체 되어 있는 상황에서 혁신 부문 중소기업의 성장은 큰 의미가 있다. 러시아의 혁신산업은 주로 Sberbank, Rostelecom 등의 단일 국영대기업 의 주도, 국영 대기업들의 협력을 통해 성장해 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Yandex 를 비롯한 민간 대기업 주도로 혁신기업이 설립되고 성장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스콜코보 재단 등 정부의 정책에 따라 민간 중소 혁신기업들이 설립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러시아의 혁신산업은 정부의 지원을 받는 국영 대기업들의 주도로 발전하고 있으며, 창의력과 인력의 전문성이 필요한 부문에서는 정부의 지원을 토대로 민간기업들이 성과를 거두고 있다. 또한 러시아 혁신산업에서는 국영 대기 업 간의 협력, 국영 대기업과 민간 대기업 간의 협력이 활성화되어 왔다. 민간부문 에서는 Foresight, Fort-Telecom, Акронис Инфозащита, SearchInform 등 새로운 기술을 보유한 중소 혁신기업들이 창업되거나 기존 기업으로부터 독립 하여 성장하고 있다. 러시아에서 중소기업정책이 경제정책으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게 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1990년대와 2000년대 중반까지 중소기업에 대한 정 부의 정책은 산업화 정책의 일부로 취급되었고 중소기업만을 대상으로 하는 체계적인 지원이나 육성정책은 부재했다. 하지만 지나친 에너지 대기업 중심 의 편중현상이 지속되면서 중소기업 성장의 필요성이 대두되었고 2007년 7월 「러시아 연방 중소기업 육성에 관한 법률(О развитии малого и среднего 국문요약 • 5 предпринимательства в Российской Федерации)」을 채택하면서 중 소기업 지원 체계를 갖추게 되었다. 동 중소기업에 관한 법은 이후 매년 개정 되었고 러시아 중소기업 발전을 위한 근간이 되었다. 법적인 기반 마련 이외에 도 푸틴 정부는 지난 2018년 5월 집권 4기 시작과 함께 발표한 9대 국정과제 실현을 위한 13대 우선 사업분야 가운데 ‘중소기업 및 개인사업자 지원’을 포 함시키면서 중소기업 지원정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시작했다. 또한 러시아 정부는 2018년 12월 「중소기업 및 개별기업 이니셔티브 지원」 프로그램을 승인하였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정부는 비즈니스 환경개선, 재정 지원, 중소기업 발전의 가속화 지원, 농업법인 발전 및 농민지원 시스템 구축, 창업 촉진의 다섯 가지 지원 방향을 설정하고 이에 따른 다양한 중소기업 지원 방안을 실행하고 있다. 비즈니스 환경개선 분야는 간소화된 과세제도 도입, 정부 특혜제도에 대한 중소기업의 접근 확대, 과도기적 조세제도 도입 등이 포함된다. 둘째, 중소기업 의 성장 및 발전을 위해 다양한 보조금 및 대출 프로그램을 활용하고자 하며 사 업활동에서 중소기업이 겪는 가장 큰 문제 중 하나인 재정 부족을 정부 지원을 통해 해소시키고자 한다. 셋째, ‘나의 비즈니스: 디지털 플랫폼(мой бизнес: цифровая платформа)’ 사이트를 포함한 온라인 플랫폼을 구축하여 정부 서비스를 디지털화하고 중소기업의 비즈니스 운영에 도움을 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넷째, 주요 지역에 ‘지역 역량 강화센터(региональный центр компете нции)’를 설립하고 농업협동조합 및 농민 가구에 대한 정보제공과 컨설팅 지 원, 사업 계획 및 타당성 조사 준비, 연방 및 지역 예산 보조금 신청, 농업 관련 6 • 한ㆍ러 경협 활성화를 위한 중소기업의 역할과 과제 세미나 실시 등을 포함하는 활동을 수행하도록 하고 있다. 다섯째, 창업보육 프 로그램을 시행하여 새로운 산업부문에서 중소기업이 지속적으로 등장할 수 있 는 여건을 조성하고 있다. 최근 러시아 정부의 중소기업 정책은 먼저, 사회계층 간의 불평등을 해소하 고 포용적 성장을 추진하려는 의도가 반영되어 있다. 또한 저성장 기조를 해결 할 대안으로서 비자원ㆍ제조업 중심의 중소기업이 성장하면 자연스럽게 러시 아 경제의 성장으로 연결될 것이다. 아울러 중소기업의 성장은 4차 산업혁명과 신기술발전에 대응하는 촉매제 역할을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러시아 정부가 강조하는 농업부문 중소기업의 성장은 러시아 경제 전체의 고용을 안정화시키 는 효과도 있다. 러시아의 혁신 중소기업 발전에는 정부의 지원정책 이외에도 높은 기술을 보유한 외국기업과의 협력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독일이나 중국 기 업들과의 협력이 주목된다. 독일은 러시아의 전통적인 산업협력 대상국이며, 중국은 2014년 서방의 대러 제재 이후에 여러 영역에서 중요한 협력대상국으 로 부상하였다. 이 국가들과의 혁신부문 협력에서는 양국간 혁신 관련 위원회 나 경제포럼 등이 주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러시아와 독일의 협력 성과에는 독 일 공공부문이 주도하는 독일기술혁신센터, 양국의 민간 및 공공 분야가 공동 으로 참여한 GRID를 통한 협력, 독일 정부차원의 양국 연구기관 간의 협력, 경 제 및 산업 포럼을 통한 협력 등이 영향을 미쳤다. 독일은 자국 제품의 러시아 시장 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정부나 공공부문이 주도적으로 러 시아 정부나 기업, 연구자들과의 협력을 주도하고 있다. 러시아와 중국의 협력 국문요약 • 7 이 성과를 거둔 데에는 정부 및 공공 분야의 협력 활성화 정책과 양국 정부간 합의에 의해 설립된 펀드를 통한 협력이 큰 역할을 했다. 전반적으로 정부 차원 의 협력이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2010년대 후반 이후에는 서방의 대 러, 대중 제재에 따라 혁신산업의 협력이 더욱 활성화되고 있다. 위에서 살펴본 러시아와 독일, 러시아와 중국의 협력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향후 한국과 러시아의 중소기업 협력에서도 정부 주최 포럼이나 정부간 합의에 의한 펀드 등 정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양국 정부나 국 영 대기업 간의 협력을 통한 중소기업 협력이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러시아 혁 신산업 발전을 선도하는 스콜코보 재단과의 협력, 극동러시아 지역에서 급격히 확대되고 있는 경제특구에서 한ㆍ러 혁신기업 협력 등을 적극 추진할 필요가 있다. 한국과 러시아의 경제협력은 과거 대기업 선도, 대규모 인프라 및 에너지 개 발, 서비스업 진출 중심에서 벗어나 최근에는 중소기업 및 스타트업을 중심으 로 한 산업ㆍ기술 협력 중심으로 전환되고 있다. 한ㆍ러 혁신 플랫폼을 통해 양국 경제협력의 구조적 전환이 시도되고 있지 만, 양국 중소기업 협력의 규모와 범위는 교역, 투자, 기술 분야에서 여전히 제 한적이다. 특히 대(對)러 수출의 경우 업력 7년 미만의 글로벌 스타트업의 시장 진출이 미미하고, 해외로 진출한다고 하더라도 지속성이 상당히 낮다. 그 결과, 내수 ⇒ 수출 초보⇒ 유망 기업으로 이어지는 대러 수출기업의 성장 사다리 구 축도 우리나라 전체 중소기업의 수출과 비교해 볼 때 미흡한 편이다. 이는 결국 중소기업 내에서도 비교적 규모가 큰 강소기업과 선도기업 중심의 대러 수출구 8 • 한ㆍ러 경협 활성화를 위한 중소기업의 역할과 과제 조가 고착화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또한 자동차 및 부품, 화장품 등 일부 소수 품목에 대한 수출 의존도가 상당히 높은 편이다. 하지만 유망 분야인 차세대 반 도체 및 디스플레이, 로봇, 바이오 헬스 등 신산업 분야의 수출이 정체상태에 있다. 러시아와의 글로벌 가치사슬(GVC) 수준 역시 낮은 것으로 추정된다. 우 리 중소기업의 대러 수출 중 중간재 비중은 42% 수준이고 소재ㆍ부품ㆍ장비의 수출 비중도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에 있다. 이러한 특징은 상품 수입 구조 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난다. 중견/대기업 대비 중소기업의 비중이 작고, 수산물 과 목재 등 특정 품목에 대한 수입 의존도가 높고, 최종소비재의 비중이 높다. 또한 대부분 중소기업은 소규모, 소량 수입 중심인 것으로 추정된다. 기술교역 역시 양국의 원천기술과 상용기술 수준에 비해 기술이전 규모는 미미하다. 그마저 대부분 중견/대기업 중심의 기술이전으로 최근 중소기업 비 중은 10% 내외에 불과하다. 한편 우리 중소기업의 대러 투자는 미국, 중국은 물론 신흥국인 베트남, 인도보다 낮은 수준이다. 투자 분야 역시 제조업보다는 서비스업의 비중이 높고 대부분 도소매업과 농림수산업 분야에 집중되는 한계 를 보였다.